“5년 만에 터진 대형 기술수출, 그런데 주가는 왜 안 오를까?”
이 한 문장에 지금 한미약품의 상황이 거의 다 담겨 있습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 여덟 개 조각으로 나눠서 풀어보겠습니다.
01릴리와의 1.9조 원 계약, 왜 ‘깜짝’이라 불릴까
지난 6월 1일, 한미약품이 미국 일라이 릴리와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습니다.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 반환 의무 없는 확정 선급금 7,500만 달러(약 1,129억 원)
· 이후 임상·허가·상업화 단계마다 최대 11억 8,500만 달러 추가 수령
· 판매 로열티는 위 금액과 별도
쉽게 말하면 — 기술수출 계약은 보통 “계약금 + 성공하면 주는 돈(마일스톤)” 구조입니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계약금입니다. 총액 1.9조 원은 모든 단계가 성공했을 때의 최대치라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선급금 1,129억 원은 이미 받은 돈입니다. 임상이 실패해도 돌려주지 않습니다.
이 1,129억 원이 얼마나 큰 돈일까요. 한미약품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이 536억 원이었습니다. 계약금 하나가 분기 영업이익의 두 배를 넘습니다.
그런데 왜 ‘깜짝’일까요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깜짝 기술수출’로 평가합니다. 그동안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는 비만·대사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평가돼 왔는데, 이번에 팔린 소네페글루타이드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희귀질환 후보물질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들 1군 에이스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2군에 있던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셈입니다. 그것도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릴리가 데려갔습니다.
계약 조건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한미약품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 완료 시점까지 연구를 책임지고, 이후 릴리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응증 확장 임상을 주도합니다. 즉 한미가 손을 완전히 떼는 게 아니라, 2상까지는 계속 비용과 책임을 집니다.
이 계약의 진짜 의미는 돈보다 플랫폼 검증에 있습니다. 팔린 물질에는 한미약품 고유의 약효 지속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돼 있고, 같은 플랫폼을 쓴 후보물질 5개가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플랫폼 자체가 인정받았다면, 나머지 5개의 기술이전 가능성도 함께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얼마 만의 대형 딜이냐면 — 2021년 11월 투스페티닙을 앱토즈에 4억 2,000만 달러 규모로, 같은 해 12월 루미네이트를 어퍼메드에 최대 1억 4,5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한 이후 대형 기술이전 공백이 이어져 왔습니다. 약 4년 반 만입니다.
02파이프라인 지도 — 이 회사 신약은 대체 몇 개인가
앞으로 나올 이야기를 따라가려면 전체 지도가 먼저 필요합니다.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은 세 개의 축으로 돌아갑니다.
비만·대사 — 회사의 운명이 걸린 곳
| 후보물질 | 어떤 약인가 | 현재 단계 |
|---|---|---|
| 에페글레나타이드 | 국내 첫 GLP-1 비만약 | 국내 허가 심사 중 / 당뇨 3상 |
| 에피노페그듀타이드 | 지방간염약, MSD가 파트너 | 글로벌 2b상, 2025년 12월 투약 종료 |
|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 지방간염약, 자체 개발 | 글로벌 2상, 2026년 하반기 종료 계획 |
| HM15275 | 차세대 비만약 | 미국 2상, 2027년 종료 계획 |
| HM17321 | 근육 증가형 비만약 | 미국 임상 1상 |
| HM500197 | 근육 증가형 후속 후보 | 전임상 |
표적·면역항암 — 계약은 크지만 아직 초기
벨바라페닙(제넨텍, 총 9억 1,000만 달러), 투스페티닙(앱토즈, 4억 2,000만 달러), 포셀티닙, BH3120 등이 임상 1~2상에 분포합니다. 계약 규모만 보면 화려하지만 단계가 앞서 있지 않습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포지오티닙과 오락솔은 미국·영국에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상태로 멈춰 있습니다.
희귀질환 — 의외의 현금창구
소네페글루타이드(희귀 소화기질환약, 이번에 릴리로 감), 에페거글루카곤(선천성 고인슐린혈증약, 2026년 FDA 혁신치료제 지정), HM15421(파브리병약, 녹십자 공동개발) 등입니다. 규모가 작아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해 회사에 가장 큰 현금을 안겨준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세 갈래를 겹쳐 놓으면 보이는 것
‘개발은 우리가, 글로벌 판매는 파트너가’라는 분업이 오래 고착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MSD·제넨텍·릴리 모두 같은 구조입니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처음으로 그 공식을 깨기 때문입니다.
R&D 투입 규모: 2025년 연구개발비는 2,290억 원으로 매출의 14.8%였습니다. 2024년 14.0%, 2023년 13.8%에서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연구인력은 670명(박사 91명), 보유 특허는 국내외 합쳐 1,780건입니다.
03“살 빼면서 근육은 키운다” — ADA 2026에서 꺼낸 카드
6월 초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한미약품이 새 비만신약 후보물질 HM500197(근육 증가형 후속 후보)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배경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위고비, 오젬픽 같은 GLP-1 계열 비만약은 식욕을 억제해 15~20% 체중 감량 효과를 내지만, 빠진 체중의 최대 40%가 근육 손실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근육이 빠지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이는 약을 끊었을 때 다시 살이 찌는 ‘요요’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요즘 비만약 시장의 화두는 “얼마나 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빼느냐”로 옮겨갔습니다.
HM500197(근육 증가형 후속 후보)이 하는 일: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마이오스타틴만 골라서 차단합니다.
세포 실험에서는 기존 마이오스타틴 억제제인 비마그루맙과 유사한 수준의 억제 활성을 보이면서, 액티빈A·액티빈B·BMP9에 대해서는 억제 활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용량에 비례해 골격근량이 선택적으로 증가했고, GLP-1 계열과 함께 투여했을 때 근손실을 억제하면서 체지방 위주의 감량을 유도했습니다.
차별점: 현재 업계에서 개발 중인 경쟁 후보물질은 모두 항체나 Fc 융합단백질 기반인데, 한미약품은 세계 최초로 펩타이드 기반 설계를 택했습니다.
| 후보물질 | 어떤 약인가 | 현재 위치 |
|---|---|---|
| HM17321 | 근육 증가형 비만약 (선발) | 미국 임상 1상 진행 중 |
| HM500197 | 근육 증가형 후속 후보 | 전임상 |
04에페글레나타이드(국내 첫 GLP-1 비만약) — 하반기의 진짜 승부처
국내 최초의 GLP-1 비만치료제 후보입니다. 2025년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신청 적응증은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비만 환자’, 함량은 2·4·6·8·10mg 5종입니다. 2026년 하반기 출시 목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선 세 섹션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에페글레나타이드(국내 첫 GLP-1 비만약)는 한미약품이 직접 팔아서 매년 쌓이는 매출이 됩니다.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국내 출시되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 나갈 것으로 추정하며, 해당 매출이 한미약품 실적 개선 구간에서 중요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회사가 그리는 그림은 단일 제품이 아닙니다. 당뇨 적응증 확대(지난 1월 임상 3상 승인), 프리필드시린지·멀티펜 등 제형 다양화, 국내 최초 디지털융합의약품(DTx) 개발, 맞춤형 건기식·OTC 패키지까지 묶어 종합 비만·대사관리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또한 지난해 11월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돼, 심사 속도에서 이점을 받고 있습니다.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공개된 국내 임상 3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40주간 진행한 연구에서 평균 9.75%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습니다.
회사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감량 폭이 아니라 부작용이 적어 복약을 오래 이어가기 좋다는 쪽입니다. 실제 시장에서 이 논리가 통할지는 출시 후 처방 데이터로 확인해야 합니다.
시장은 얼마나 크고, 얼마를 노리나
2026년 1분기 국내에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합산 매출은 약 4,272억 원이었습니다. 연간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연간 약 300만 도즈 생산할 수 있으며, 자체 영업망을 기반으로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05본업 뜯어보기 — 신약 말고, 지금 돈은 어디서 벌고 있나
파이프라인 이야기가 화려하다 보니 놓치기 쉬운데, 한미약품의 현재 매출은 대부분 평범한 처방약에서 나옵니다.
사업 부문은 세 개입니다 (2025년 기준)
| 사업 부문 | 매출액 | 영업이익 | 비중 |
|---|---|---|---|
| 의약품 (한미약품 본체) | 1조 1,466억 원 | 1,778억 원 | 약 74% |
| 해외의약품 (북경한미약품) | 4,024억 원 | 777억 원 | 약 26% |
| 원료의약품 (한미정밀화학) | 913억 원 | 20억 원 | 약 6% |
※ 연결조정 전 기준이라 비중 합계는 100%를 넘습니다.
주력 제품 다섯 개가 실질적인 기둥입니다
| 제품 | 적응증 | 2025년 매출 |
|---|---|---|
| 로수젯 | 고지혈증 | 1,604억 원 |
| 아모잘탄 | 복합 고혈압 | 1,112억 원 |
| 에소메졸 | 역류성식도염 | 452억 원 |
| 한미탐스캡슐/오디정 | 전립선비대증 | 378억 원 |
| 팔팔정/츄정 | 발기부전 | 238억 원 |
별도 기준 국내 매출의 93.9%가 처방의약품입니다. 즉 의사가 처방해야 팔리는 구조이고, 그래서 정부의 약가 정책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습니다. (이건 8번에서 다시 다룹니다.)
지금 흔들리는 곳: 북경한미약품
쉽게 말하면 중국 정부가 여러 병원의 구매 물량을 한데 모아 대량으로 입찰을 붙이는 제도입니다. 물량은 크지만 가격을 크게 깎아야 낙찰됩니다. 팔리는 양은 유지되거나 늘어도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증권가에서는 이 제도의 영향이 커지면서 북경한미약품 실적이 둔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경한미의 주력은 어린이용 정장제 ‘마미아이’, 기침가래약 ‘이탄징’ 같은 소아·호흡기 품목입니다. 여기에 계절성 변수도 겹칩니다. 1분기에는 중국 내 동절기 호흡기 질환 유행이 예년보다 이르고 완만하게 지나가면서 호흡기 품목 매출이 제한적이었고, 회사는 집중구매제도 영향이 적은 마미아이 등을 중심으로 육성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미정밀화학은 체질 전환 중
원료의약품은 2025년 매출 913억 원에 영업이익 20억 원으로, 이익률이 2%대에 그칩니다. 해외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익성 높은 CDMO(위탁개발생산) 매출 확대를 통해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06그럼 왜 주가는 부진할까 — 지배구조 이야기
1.9조 원짜리 계약이 나왔는데 주가는 반응이 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이슈 등 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투자심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7월 2일 — 창업주 차남의 지분 매각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50%(170만 9,788주)를 나우아이비22호 펀드에 주당 4만 8,000원, 약 821억 원 규모로 장외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거래가 끝나면 그의 지분율은 5.09%에서 2.59%로 낮아지고, 보유 주식은 177만 4,020주가 됩니다.
임 대표는 어머니 송영숙 회장, 누나 임주현 부회장과 손잡고 선대의 경영 철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매입 주체인 나우아이비22호 펀드는 오너가와 우호관계로 알려진 곳입니다.
여기서 표를 잘못 읽기 쉽습니다. 세 주체가 나란히 있다고 해서 삼파전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 진영 | 주체 | 지분율 |
|---|---|---|
| 오너가 측 | 임성기 창업주 일가 (재단 포함) | 31.05% |
| 오너가 측 | 라데팡스 (모녀 측 우호) | 9.81% |
| 오너가 측 합계 | — | 40.86% |
| 신동국 측 |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측 | 29.83% |
※ 창업주 일가 31.05%는 매각 완료 후 기준이며, 임성기재단과 가현문화재단 보유분이 포함된 수치입니다.
해석은 갈립니다. IB업계에서는 매각 대상이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펀드이고 잔여 지분도 계속 보유하는 만큼, 경영 참여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즉 갈등 종결이라기보다 ‘휴전 선언’에 가깝다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2024년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의 경영권 갈등은 신동국 회장이 모녀 측을 지원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올해 들어 송영숙 회장과 신동국 회장 사이에서도 이견이 불거지며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 10일 — 사외이사 자진사임
사외이사 채이배가 자진사임했습니다. 2026년 4월 29일 임기를 시작해 3년 임기로 등재돼 있었으나 약 두 달 만에 물러난 것입니다. 사외이사는 4명에서 3명, 사외이사 비율은 40%에서 33.33%로 낮아졌습니다.
조직은 비만대사 쪽에 힘을 싣는 중
7월 초 인사에서 김나영(혁신성장부문)과 최인영(미래성장부문)이 부사장으로, 최재혁(미래성장부문 비만대사센터 비만대사팀)이 이사로 승진했습니다.
앞의 두 사람은 사업보고서상 신제품개발본부장과 R&D센터 총괄로 등재된 핵심 연구인력이고, 최재혁 이사는 ADA 2026에서 HM500197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인물입니다. 인사만 놓고 보면 비만대사 라인을 조직의 중심축으로 올리는 방향이 읽힙니다.
072분기 실적 —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증권가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 증권사 | 2분기 매출 전망 | 영업이익 전망 |
|---|---|---|
| 하나증권 | 4,920억 원 (+36.2%) | 1,215억 원 (+101.0%) |
| 다올투자증권 | 4,981억 원 | 1,559억 원 |
| 교보증권 | 4,656억 원 (+28.9%) | 1,541억 원 (+155.1%) |
| DS투자증권 | 4,601억 원 (+27.3%) | 1,340억 원 (+121.7%) |
| IBK투자증권 | 4,878억 원 (+35.0%) | – |
교보증권은 2026년 연간으로 매출 1조 7,100억 원, 영업이익 3,480억 원(전년 대비 각각 +10.5%, +35.0%)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
짐작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증권이 선급금을 걷어낸 실질 수치를 따로 제시했습니다.
| 구분 | 매출 | 영업이익 |
|---|---|---|
| 발표 예상치 (하나증권) | 4,920억 원 | 1,215억 원 |
| 선급금 제외 실질 | 3,791억 원 | 425억 원 |
| 시장 컨센서스 | 3,894억 원 | 636억 원 |
본업이 눌린 이유는 두 가지로 지목됩니다. 하나는 중국 집중구매제도로 북경한미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롤베돈 판매 공백입니다. 롤베돈은 사업보고서상 개발이 완료돼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 중인 유일한 바이오신약이라, 이 공백은 5번에서 본 본업 구조와도 직접 연결됩니다.
3분기에는 선급금 기저효과로 단기 성장률이 둔화하겠지만, 본업 성장과 자회사 수익성 개선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하반기에 기대되는 요인들
· 3분기 말 환절기 진입에 따른 북경한미·국내 계절성 품목 매출 회복
· 4분기 에페글레나타이드(국내 첫 GLP-1 비만약) 출시
참고: 주가 흐름
52주 최고가는 62만 6,000원이었고, 주가가 51만 원이던 4월 시점의 시가총액은 약 6.5조 원이었습니다. 7월 중순 종가는 38만~39만 원대로, 현재 시가총액은 약 4.9조 원 수준입니다. 고점 대비 40% 가까이 조정된 구간이며, 증권사 목표주가(70만 원 안팎)와의 괴리도 큽니다.
결국 이번 실적 발표에서 봐야 할 것은 헤드라인 숫자가 아니라 “선급금 빼면 얼마인가”입니다.
08조용하지만 무거운 리스크 — 약가와 환수
① 제네릭 약가 개편 — 이미 확정됐습니다
이건 ‘앞으로 이럴 수도 있다’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3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이 현행 53.55%에서 45%로 조정됩니다.
쉽게 말하면 복제약 가격을 정부가 깎겠다는 것이고, 이미 결정이 끝났다는 뜻입니다. 한미약품은 신약 회사 이미지가 강하지만, 5번에서 본 것처럼 실제 매출의 대부분은 로수젯·아모잘탄 같은 국내 처방의약품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한미약품에는 완충 장치가 있습니다
개편안에는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특례가 함께 담겼습니다. 혁신형 기업은 45%가 아닌 49%를 4년간, 준혁신형은 47%를 3년간 적용받습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이 14.8%인 한미약품은 여기에 해당합니다. 즉 인하는 피할 수 없지만, 인하 폭이 작고 시간을 4년 벌 수 있는 위치입니다. 제네릭 비중이 높고 R&D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와는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올해 실적이 한 번에 무너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대신 향후 10년간 서서히 압박이 누적됩니다.
② 콜린알포세레이트 — 갈래가 두 개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데,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둘러싼 분쟁은 성격이 다른 두 갈래로 나뉩니다.
갈래 2 — 환수: 임상 재평가에 실패하면 그동안 받은 건강보험 처방액을 토해내는 조치. 이미 번 돈을 뱉어내는 문제입니다.
갈래 1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제약사들은 급여 축소 취소소송을 두 그룹으로 나눠 5년간 다퉜지만 모두 패소했습니다. 한 그룹은 대법원에서 기각됐고, 다른 그룹도 항소심 기각 후 상고심이 성립하지 않아 본안소송이 종료됐습니다. 집행정지 신청까지 기각되면서 선별급여가 적용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숫자로 보면 시장이 작지 않습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건강보험 약품비는 2022년 5,034억 원, 2023년 5,630억 원, 2024년 5,576억 원 규모였습니다. 본인부담이 오르면 처방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갈래 2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한미약품은 환수 협상 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계약무효확인 소송이 2026년 1분기 보고서 기준 2심 진행 중입니다.
한미약품의 대응은 비교적 선제적입니다. 임상 재평가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약가를 자진 인하해 환수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을 했고, 환수금 추정치를 환불부채로 미리 인식해두고 있습니다.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임상재평가에 성공하면 이 부채는 다시 수익으로 전환됩니다.
③ 감사 관련 참고사항
2026년부터 회계감사인이 안진회계법인에서 한영회계법인으로 교체됐습니다(2026~2028년 3개년). 최근 3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이연법인세자산의 실현가능성 평가가 핵심감사사항으로 지정돼 왔습니다. 2026년 1분기 말 기준 이연법인세자산은 1,755억 원입니다.
앞으로 볼 일정 정리
여기까지가 현재 상태입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을 시점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점 | 이벤트 | 체크 포인트 |
|---|---|---|
| 7~8월 | 2분기 실적 발표 | 선급금 제외한 본업 수익성 |
| 하반기 | 에페글레나타이드 허가·출시 | 국내 첫 GLP-1 비만약, 초기 처방 추이 |
| 하반기 | 에피노페그듀타이드 2b상 결과 | 지방간염약, MSD 협업 물질 데이터 |
| 하반기 |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2b상 종료 | 지방간염약,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 진척 |
| 하반기 | 약가 개편 시행 착수 | 혁신형 특례 49% 적용 확인, 기등재 조정 일정 |
| 상시 | 지배구조 | 오너 일가–신동국 회장 관계 |
| 상시 | 북경한미 | 집중구매제도 영향 지속 여부 |
| 상시 | 콜린알포세레이트 | 선별급여 시행 후 처방 감소 폭, 환수 소송 2심 |
지금의 한미약품은 ‘증명 구간에 들어선 회사’입니다.
릴리 계약으로 R&D 역량은 외부에서 검증받았습니다. 파이프라인 지도를 보면 비만·대사 축에 자원이 집중돼 있고, 조직 인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방향성 자체는 흔들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아직 값을 매기지 않는 이유는 두 개의 질문이 미해결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지배구조가 정말 안정됐는가”, 다른 하나는 “선급금을 걷어내도 본업이 자라고 있는가”입니다.
전자는 지분 매각으로 신호가 나왔지만 거래 종결이 8월로 예정돼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후자는 북경한미의 집중구매제도 타격, 롤베돈 판매 공백, 그리고 확정된 약가 인하라는 역풍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에페글레나타이드(국내 첫 GLP-1 비만약) 출시와 2·3분기 실적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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