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 · DART 공시 분석
LIG넥스원은 왜 사명을 바꿨을까 —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079550) 핵심 정리
FY2025 사업보고서 ·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기반 정리
20년 가까이 쓰던 기업 이름을 스스로 버리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LIG넥스원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2026년,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efense&Aerospace, 약칭 LIG D&A)로 바꿨습니다. 단순한 이름 변경일까요, 아니면 사업 전략의 변화일까요? 이 글에서는 DART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바탕으로 재무 흐름과 사업 구조 변화, 그리고 앞으로 확인해야 할 일정들을 짚으며 그 답을 찾아봅니다.
목차
1. 20년 쓴 이름을 버렸다 — 사명 변경이 말해주는 것 2. 매출 2.3조에서 4.3조까지, 2년의 기록 3. 천궁이 끌고 수출이 밀었다 — 사업 부문별 해부 4. 6년치 일감과 텅 빈 곳간, 둘 다 진실이다 5. 비궁, 고스트로보틱스, 팔란티어 — 미국행 세 개의 다리 6.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 위성·무인체계 포트폴리오 점검 7. 역대 최대 실적의 해, 노조는 왜 조정 신청을 했나 8. 이름은 바꿨다, 이제 증명할 차례 — 남은 숙제들1. 20년 쓴 이름을 버렸다 — 사명 변경이 말해주는 것
이 회사의 뿌리는 1976년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설립된 금성정밀공업입니다. 이후 LG정밀, LG이노텍(시스템사업부)을 거쳐 2004년 LG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넥스원퓨처로 독립했고, 2007년 LIG넥스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2026년,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다시 한번 이름을 바꿔 달았습니다.
새 사명은 Defense(방위산업)와 Aerospace(항공우주)의 결합입니다. 신익현 대표이사는 2026년 1월 시무식에서 올해가 창립 50주년이자 "다가올 100년을 향해 새롭게 출발하는 원년"이라며 사명 변경을 직접 선언했습니다. 회사 측은 이번 변경이 단순한 명칭 변화가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이 반세기 동안 쌓은 브랜드를 스스로 내려놓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 결정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최근 2년간 이 회사의 숫자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봐야 합니다.
2. 매출 2.3조에서 4.3조까지, 2년의 기록
연결 기준 3개년 실적입니다. 사업보고서 요약재무정보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 구분 (억원) | 2023년 (제22기) | 2024년 (제23기) | 2025년 (제24기) |
|---|---|---|---|
| 매출액 | 23,086 | 32,763 | 43,069 |
| 영업이익 | 1,864 | 2,234 | 3,194 |
| 영업이익률 | 8.1% | 6.8% | 7.4% |
| 당기순이익 | 1,750 | 2,128 | 2,375 |
| 주당순이익 (지배지분, 원) | 8,028 | 10,068 | 11,604 |
2년 만에 매출이 약 87%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 성장세는 2026년 들어 오히려 가속되고 있습니다. 분기보고서에 담긴 2026년 1분기 실적입니다.
| 구분 (억원) | 2025년 1분기 | 2026년 1분기 | 증감 |
|---|---|---|---|
| 매출액 | 9,076 | 11,679 | +28.7% |
| 영업이익 | 1,096 | 1,711 | +56.1% |
| 당기순이익 | 799 | 1,354 | +69.4% |
| 영업이익률 | 12.1% | 14.6% | +2.5%p |
1분기 영업이익 1,711억원은 2024년 연간 영업이익(2,234억원)의 77%에 해당합니다. 영업이익률 14.6%는 연간 기준 한 자릿수에 머물던 이 회사의 과거 체질과는 확연히 다른 숫자입니다. 다만 이 고마진이 분기의 일시적 조합인지, 구조적 변화인지는 이후 분기에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3. 천궁이 끌고 수출이 밀었다 — 사업 부문별 해부
성장의 내용물을 사업 부문별로 뜯어보면 무게중심의 이동이 뚜렷합니다.
| 사업 부문 (매출 비중) | 2024년 | 2025년 | 2026년 1분기 |
|---|---|---|---|
| PGM (정밀유도무기) | 39.2% | 47.2% | 59.0% |
| AEW (항공전자·전자전) | 12.1% | 13.1% | 16.1% |
| C4I (지휘통제·통신) | 29.6% | 24.7% | 13.4% |
| ISR (감시정찰) | 16.4% | 12.1% | 9.3% |
| 기타 | 2.7% | 2.9% | 2.2% |
2년 사이 PGM, 즉 정밀유도무기의 매출 비중이 39%에서 59%까지 올라왔습니다. 2024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해 9월 이라크와 체결한 천궁-II 수출 계약이 실제 매출로 전환되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계약의 규모는 사업보고서 수주계약 현황 기준 각각 4조 3,398억원(사우디)과 3조 7,135억원(이라크)으로, 합산하면 2025년 연간 매출의 약 1.9배에 달하는 물량입니다. 수출 비중의 변화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5년 연간 19.9%였던 수출 비중은 2026년 1분기 32.3%로 뛰었습니다.
한편 매출처 구조는 여전히 정부 중심입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두 곳이 전체 매출의 약 43%를 차지합니다. 내수 기반의 안정성과 수출 성장이라는 두 축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4. 6년치 일감과 텅 빈 곳간, 둘 다 진실이다
먼저 한 문장만 기억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방산업은 먼저 돈을 쓰고 나중에 돈을 받는 산업입니다. 이 문장 하나면 아래 숫자들의 역설이 대부분 풀립니다.
2026년 1분기말 기준 수주잔고는 25조 3,291억원입니다. 2025년 연간 매출의 약 5.9년치에 해당하는 일감이 계약으로 확보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방산 보안 특성상 개별 계약의 이행 시기는 비공개여서, 이 잔고가 연도별로 어떻게 매출로 바뀔지는 공시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재무상태표에는 이 화려한 수주잔고와 대조되는 숫자가 있습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025년 말 1,252억원에서 2026년 1분기말 약 150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유동부채는 6.1조원을 넘습니다. 실제로 회사는 2026년 2월 회사채 3,400억원을 발행했습니다(사업보고서 '보고기간 후 사건').
이 조합을 위험 신호로만 읽는 것은 방산업의 회계 구조를 놓치는 해석입니다. 유동부채의 상당 부분은 수출 계약에서 미리 받은 선수금 성격으로, 시간이 지나면 매출로 전환될 재원입니다. 반대로 계약자산(1분기말 1.56조원)과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대규모 계약 이행을 위해 먼저 돈이 나가고 나중에 회수되는 운전자본 부담이 실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사채 발행은 그 간극을 메우는 성격의 조달입니다.
5. 비궁, 고스트로보틱스, 팔란티어 — 미국행 세 개의 다리
사명 변경과 함께 이 회사가 가장 공들이는 방향은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입니다. 공시와 보도를 종합하면 세 갈래의 접근이 진행 중입니다.
첫째, 유도로켓 '비궁'. 2024년 7월 미국 하와이 해역에서 환태평양훈련(RIMPAC) 기간 중 진행된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발사에서 6발 전탄을 표적에 명중시키며 최종 통과했습니다. 신익현 대표가 시험 현장을 직접 찾아 지휘했을 만큼 회사가 분수령으로 여긴 이벤트였고, 신 대표는 그해 10월 방산전시회에서 시기의 문제일 뿐 비궁의 미국 수출을 100%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FCT 통과가 곧 조달 계약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2023년 10월 미 해군 소요제기 활동에 착수한 이후 예산 확보와 계약 검증 단계가 남아 있으며, 실제 미군 정식 수주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열려 있는 가능성입니다.
둘째, 고스트로보틱스. 2024년 7월 종속회사 LNGR LLC를 통해 미국 4족보행 로봇 기업 Ghost Robotics 지분 60%를 인수했습니다(취득금액 약 2.4억 달러). 사업보고서 주석에는 눈여겨볼 조항이 하나 있습니다. Ghost Robotics가 계약상 정해진 기한 내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동반매각청구권)가 발동되는 구조입니다. 기한 자체는 비공개지만, IPO가 계약서에 명시된 마일스톤이라는 사실은 공시로 확인됩니다.
다만 실적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Ghost Robotics는 2024년 매출 88억원에 영업손실 102억원, 2025년 3분기에도 약 1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인수 효과가 숫자로 증명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셋째, 현지 거점과 파트너십. 2026년 2월 미국 법인 LIG Defense Americas와 LIG Defense U.S.를 설립해 연결 자회사가 4개에서 6개로 늘었습니다. 다만 분기보고서에는 두 법인이 아직 별도의 영업활동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되어 있어, 현 단계는 거점 확보 국면입니다. 같은 해 3월에는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와 통합방공망·무인체계 솔루션 개발 MOU를 체결했습니다. 신익현 대표는 이 협력이 국방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낮은 단계인 만큼, 본계약 전환 여부가 실질적 분기점입니다.
6.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 위성·무인체계 포트폴리오 점검
사명에 'Aerospace'를 넣은 이상, 이제 이 회사는 그 단어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섰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근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시된 개발사업으로는 정지궤도 기상·우주기상 위성시스템 및 본체개발(2025년 4월 협약),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2024년 12월 수주), 기뢰탐색음탐기 체계개발(2025년 9월 수주)이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2월에는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을 방위사업청과 계약했습니다. 사업보고서 수주계약 현황 기준 계약금액 1조 5,593억원, 계약기간은 2034년 6월까지로, 항공전자·전자전 부문의 장기 성장 축이 될 사업입니다. 체계개발 사업은 상세설계, 시제 제작, 시험평가 단계를 거치며 수년에 걸쳐 매출이 인식되므로, 각 단계의 진척 자체가 실적 이벤트가 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은 연구개발 조직입니다. 분기보고서 기준 전체 임직원 5,776명 중 59%가 연구개발 인력이며, 그중 48.3%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입니다. 연구개발비는 2025년 연간 1,650억원(매출의 3.8%)이 투입됐습니다. 회사는 핵심기술 분야를 C5ISR(기존 C4ISR에 사이버를 더한 개념), 미사일시스템, 미래전장으로 구분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7. 역대 최대 실적의 해, 노조는 왜 조정 신청을 했나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조직 내부의 긴장이 있었습니다. 2025년 말, 포괄임금제 성격의 고정OT 제도 폐지 방식을 둘러싸고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사상 처음으로 결렬됐고, 노동조합은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1986년 이후 이어져 온 38년 무분규 전통이 깨질 수 있는 국면이었지만, 2026년 1월 고정OT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조정안이 조합원 75.71% 찬성으로 가결되며 무분규 전통은 유지됐습니다. 2026년 임단협 역시 6월에 타결됐습니다.
다만 봉합이 곧 해소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갈등 과정에서 성과급과 복리후생, 소통 방식을 둘러싼 내부 비판이 보도됐고, 역대 최대 실적과 사상 첫 교섭 결렬이 같은 시기에 공존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회사가 통과하고 있는 구간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신익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이 지점에서 엇갈립니다. 1984년 공군사관학교 32기로 임관해 전투비행단장과 합참 전력기획3처장을 지내고 2015년 예편한 그는, 2017년 회사에 합류해 2024년 3월 LIG 최초의 군 출신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취임 첫해 '조직안정·최고신뢰·지속성장'(2024년 신년사)을 내걸고 보고서보다 현장을 강조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데, 흥미롭게도 2026년 신년사의 3대 방침에는 '소통문화 정착'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회사 스스로 이것이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외부 변수도 있습니다. 2025년 12월 검찰이 이 회사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을 압수수색했고, 비슷한 시기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산 대기업들을 상대로 하도급법 위반 혐의 현장조사에 나섰다고 보도됐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평판·사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향후 전개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8. 이름은 바꿨다, 이제 증명할 차례 — 남은 숙제들
마지막으로, 공시로 확인되는 사실과 아직 열려 있는 가능성을 구분해 정리합니다.
공시로 확인되는 확정 사실
· 수주잔고 25조 3,291억원 (2026년 1분기말)
· 천궁-II 수출 계약 2건 이행 중 — 사우디 4조 3,398억원(2024.2), 이라크 3조 7,135억원(2024.9)
·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계약 1조 5,593억원, 2034년 6월까지 (2025.12)
· 위성·무인수상정·음탐기 등 개발사업 진행 중
· 미국 법인 2개사 설립 완료, 단 영업활동 개시 전 (2026.2)
· Ghost Robotics 교환사채 관련 IPO 기한 조항(동반매각청구권) 존재
· 회사채 3,400억원 발행 (2026.2)
· 2025년 임단협 중노위 조정 타결(2026.1) 및 2026년 임단협 타결(2026.6)로 38년 무분규 전통 유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열려 있는 사안
· 비궁의 미국 정식 조달 계약 성사 여부 (FCT 통과는 사실, 수주는 미확정)
· 사우디 천궁-II 매출의 본격 반영 시점 (2027년부터라는 증권가 전망 존재)
· 팔란티어 MOU(2026.3)의 본계약 전환 여부
· 유럽 시장 성과 — 독일 라인메탈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및 현지 합작법인 검토가 실제 수주로 이어질지
· Ghost Robotics IPO 추진 일정과 실적 정상화 시점
· 검찰(방사청 관련 의혹)·공정위(하도급) 조사의 결과
· 1분기 영업이익률 14.6%의 지속 가능성
앞으로 확인할 포인트
· 2분기 영업이익률 유지 여부 — 8월 반기보고서에서 확인
· 미국 비궁 조달 계약의 진행 상황
· 팔란티어 MOU의 본계약 전환 여부
· Ghost Robotics IPO 진행 상황
· 전자전기(Block-I) 개발 진척과 매출 인식 속도
50년을 채운 이 회사는 이름과 함께 좌표도 옮기고 있습니다. 내수 유도무기 기업에서 출발해 중동 수출로 체급을 키웠고, 이제 미국과 우주, 무인체계라는 다음 무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름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이제 숫자가 대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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